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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황] 交わらないふたつの世界

2016. 1. 12. 01:23 | Posted by 에클레아

01.

 "아얏."

 잠시 따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지나갔더라면 눈치 채지 못 했을지도 모르는 작은 아픔이었지만 따끔하다는 생각이 들고나니 곧 그것이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손을 뒤집어 보니 손가락 끝에 생긴 긴 상처에서 조금씩 피가 나고 있었다. 아마도 금방 종이에 베인 모양이었다. 애초부터 그렇게 큰 상처도 아니라 피가 많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피라도 닦아야 할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에 올려진 물건들 중에서 휴지를 찾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키세, 뭐하는 거야. 촬영 시작할 시간인데. 아, 종이에 베여서…… 피만 닦고 갈게요. 새 종이는 생각보다 베이기 쉬우니까. 조심해야지. 알았으니까 피가 멎으면 와. 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당연하게도 피는 금방 멎었다. 약을 바르고 뭐라도 붙일까 했지만 곧 있을 촬영에서 눈에 띄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은 그 뒤의 일로 미뤄두기로 했다. 촬영 중에 다시 피가 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을 일이었다. 촬영은 다행히도 금방 끝났고, 상처에 대해서도 잊을 쯤에 아까의 매니저가 약과 밴드를 가져왔다. 일일히 신경 안 써줘도 괜찮은데.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농구한다며? 손가락이 아파서야 공이나 제대로 잡겠니. 키세는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그건 그렇네요, 하고 같이 웃었다. 그리고 그 상처에 대한 것은 잊어버렸다.

 ……고 생각했다. 별 것도 아닌 작은 그 상처는 의외로 많은 사람의 눈에 띈 듯 했다. 같은 반인 여학생들부터 시작해서 주위의 사람들까지도. 어디 다쳤어? 그렇게 물어오면 키세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별 거 아니에요. 종이에 베였을 뿐인걸요. 보통은 그렇게 대답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기 때문에 다른 대답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정말로 놀랐던 것은 방과 후의 부활동 시간이었다. 늘 그렇듯이 개인적으로 지시해주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키세에게 와서는 대뜸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누구냐면, 아오미네 다이키가. 아무래도 시선이 향한 곳을 보니 손가락 끝의 상처를 말한 것이었던 것 같다. 뜬금없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키세는 눈을 깜박였다.

 "네?"
 "그거 뭐냐고. 손가락에 그거."
 "아, 이거라면…… 어제 종이에 베인 거예요. 별 거 아니에요."
 "칠칠맞기는."

 에? 몇 번씩 반복해서 했던 대답을 이번에도 반복했더니 그는 걱정된다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것뿐이었지 그 이상의 말이나 행동은 없었다. 쯧, 하는 소리를 내며 아오미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도 키세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금방 뭐라고 했지?

 아오미네 다이키. 테이코의 에이스, 그리고 처음부터 늘 동경했던 사람. 키세 료타에게 있어서 아오미네는 꽤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키세에게 한정된 이야기로, 아오미네는 그다지 키세에게 관심이 없는 듯 했었다. 먼저 1on1을 해달라고 조르는 건 키세였고, 아오미네가 먼저 말을 거는 일은 드물었다. 게다가 그는 늘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 처음으로 여기에 들어왔을 때 키세 자신의 교육담당이었던 쿠로코 테츠야. 그 둘은 빛과 그림자 같은 관계라고 했었다. 아니, 실제로도 그러했다. 분하지만. 아오미네의 시선은 늘 쿠로코를 향해있었고, 쿠로코의 시선 또한 아오미네를 향할 때가 많았다. 자신이 끼어들 공간 같은 건 없어보였고, 키세도 그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어서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그 아오미네가. 웬만한 일에는 자신에게 요만큼의 관심조차 주지 않던 아오미네가. 키세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서 멍하니 아오미네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 끝의 상처가 다시 따끔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02.

 출처를 알 수 없는 키세의 상처는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처음에는 손 끝에만 작은 상처가 있었을 뿐이었지만 그 상처가 나아서 사라질 즈음에는 또 다른 손가락에 상처가 생겼다. 이번에는 종이 같은 것에 베인 상처는 아니었다. 손가락 정도야 조금만 실수하면 얼마든지 다칠 수 있는 데다가, 그다지 크거나 심각한 상처도 아니었기에 처음처럼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그렇게 손가락에 몇 개의 상처가 생기고 사라진 후에 키세는 손목에 붕대를 감고왔다. 빙판길에 미끄러졌는데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짚었다가 손목을 삐끗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멍청하게 뭐하는 짓이냐는 아오미네의 말에 왼손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하는 말을 키세는 변명하듯 웃으며 덧붙여 대답했다. 하지만 아무리 왼손이라고는 해도 공을 자유로이 다룰 수는 없었기에 당연히 연습은 잠시 쉬게 되었다.

 손목이 괜찮아질 때까지 연습은 잠시 쉬도록 해. 무리하면 더 상태가 악화되니까. 아카시의 반쯤 명령에 가까운 말을 듣고서도 키세는 꼬박꼬박 체육관에 얼굴을 비췄다.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날마다  나와서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다른 부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하루 일과라도 된 것처럼. 아니면 연습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라도 한 건지 자신의 옆으로 데구르르 굴러오는 공은 괜히 한 번 던져보기도 했다. 그 때마다 손목이 아프다며 인상을 찡그리고 징징대기도 했지만. 그리고 하나 더, 올 때마다 또 다시 작은 상처들이 하나씩 늘어있었다. 걱정이 된 쿠로코가 또 어딜 다친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키세 본인은 늘 촬영장에서의 실수때문이라고만 답했기에 아무도 그 이상 물어보지는 못했다.

 의외로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기간은 꽤 길었다. 한 번은 아카시가 먼저 키세에게 와서 상태를 보고 싶으니 잠시 붕대를 풀어달라고 했었다. 키세는 딱히 거절하지 않았고, 아카싯치라면 상관없겠죠! 라는 말을 하며 손목에 감겨있던 새하얀 붕대를 풀었다. 다 풀어낸 붕대가 바닥에 떨어지고 드러난 손목에는 붕대를 감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새파란 멍이 보란듯이 있었다. 아카시의 근처에서 관심 없다는 표정을 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오미네는 그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게 뭔지 설명해봐, 키세. 깜박했다, 이런 게 있었죠. 그게, 며칠 전에 집에 있다가 모서리에 세게 부딪혔지 뭐예요. 평소처럼 웃는 표정에 거짓같은 건 섞여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라, 아오미넷치."

 부활동이 끝나고나서의 하교길에 낯익은 목소리에 아오미네는 걸음을 멈추었다. 먼저 아는 척을 하며 다가오는 노란색의 인영은 아까 체육관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게 손목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아까 봤던 새파란 멍이 생각났는지 아오미네는 키세의 손목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너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냐."
 "무슨 일이라뇨?"
 "상처말야. 어디서 맞고 다니냐고. 아니, 만약의 이야기지만. 실수를 그렇게 많이…… 아, 몰라. 됐어. 조심하라고."

 가다가 또 다치지 말고. 뭔가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아오미네는 대충 얼버무리듯이 끝을 맺었다. 그리고는 먼저 손을 흔들며 잘 가라는 형식적인 인사를 남기고서 먼저 가버렸다. 쫓아가는 것도 잊었는지 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키세는 눈을 깜박였다. 조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표정이었고, 조금은 묘한 성취감이 담긴 표정이었다. 아오미네에게서 먼저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키세는 아오미네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을 알고서 작게 속삭였다. ……아오미넷치는 상냥하네요.





2013.01.29
부산온리 청황 신간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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