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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시즈]

2016. 1. 12. 00:48 | Posted by 에클레아

못 보던 사진이었다. 처음보는 것 같은 낯선 사진. 하지만 그 안에 찍혀 있는 것은 낯익은 사람이었다-사실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지 잠시 고민했지만-. 딱 봐도 누군지 알 것 같았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현재의 모습과 어딘가 조금 달라보이는 게, 아무래도 최근이 아니라 예전에 찍은 사진이리라. 이 정도면… 그래. 기억에 아주 없는 모습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쯤이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 없이 그대로라고 생각해왔는데 새삼 고등학생 때의 사진을 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묘하게 다르다. 그런가, 그래도 나이를 먹기는 먹었다는건가. 고등학교 때 만나서, 그 이후로도 계속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쭉 봐왔으니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나저나 벌써 그렇게나 오래되었던가. 지겨울 정도로 오래 봤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설마 이정도로 오래되었을줄이야. 고등학교 1학년. 그러면, …약 7년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잘 생긴 편에 속했다. 키도 큰 편이었고. 정확하게는 그 큰 무리 중에서고 단연 눈에 띄는 키. 겉모습만 놓고보면, 딱히 어느 하나 나무랄데 없는 미형이었다. 인정하기 싫다해도 사실은 사실. 특히나,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외형이었다. 정작 여자애들한테는 인기가 없었지만 말이야. 아, 이건 좀 슬픈가.

 사진은 몇 년 지난 사진치고는 상태가 꽤 괜찮은 편이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의 모습만 제대로 나온다면 다른 부분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었다. 딱히 친구라고 부를만한 것도 하나 없는 그를, 누가 찍어주었으며, 왜 찍었으며, 어째서 지금 제 책상 위에서 발견되었는지 같은건 알 바가 아니었다. 물론 대답이 뻔하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여기에 이걸 굳이 올려두고 갈만한 인물하면, 역시 그 본인 외에 또 누가 있겠냐고. 설마 유능한 여비서 씨가 찾아내서 친절하게 두고 갔을리는 없으니. 실수로 두고 가버린건지, 아니면 일부러 보라고 두고 간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니까. 혼자서 이래저래 추측해봤자 모두 헛수고가 될 거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있다.

 그렇지만 확실히, 이게 하필 여기 있는 건 너무한데.
 위험하잖아, 여러 의미로.

 안돼. 짧게 한 마디를 뱉고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원래 자리에 엎어서 두었다. 더 보면 안 될 것 같아. 고개를 두어번 가볍게 젓고는 앉아있던 의자에 등을 기대고 늘어졌다. 정말 위험하다니까. 어디가, 라고 한다면 그 시선이 참을 수 없다고.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에 팔을 들어 눈 위를 덮었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생각을 비우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는다. 이러니까 네가 싫어. 원망하듯 작게 중얼거리고는 팔을 내렸다. 멍하니 바라본 모니터에 작게 표시된 시각은 8시 15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오늘도 늦다.

"……어서 돌아와, 시즈."

 보고싶어. 사진같은게 아니라, 네가.




201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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